저는 직업 특성상 수많은 환자분들은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서 오랜 기간 동안 허리디스크로 고생하신 분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이분은 병원에 꾸준히 방문하셔서 도수치료를 받는 분인데요, 저랑 함께 치료로 인연을 맺은지 3년이 넘어가네요. 3년 동안 매일 방문하신 게 아니고 치료가 필요할 때마다 방문을 해주셨어요.
직업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인 여성분인데, 허리 통증으로 오랜기간동안 고통을 많이 받고 계셨어요. 히스토리가 학생 때부터 허리가 안 좋다고 느끼고 있었고 간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허리 아픈 게 더 심해지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출장이 필요한 업무를 맡게 된 후부터는 허리통증이 많이 없어졌지만 간호데스크에 앉아서 차팅 하는 업무를 맡고 나서는 허리통증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옛날부터 허리통증으로 도수치료도 여기저기 받아보시고 주사치료도 하시고 운동도 수영,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안 해본 운동이 없는 분이셨어요.
이렇게 통증이 오래 됐고 안 해본 치료도 없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통증을 없애기 위한 본인의 루틴이 있으세요. 허리 안 아픈 자세는 이렇고, 운동은 이런 운동해야 하고, 스트레칭도 이런 스트레칭을 해야 허리가 안 아프다는 본인의 방법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게 잘 됐냐느니, 못 됐냐느니 하지 않습니다. 환자분의 루틴을 이해하고 먼저 존중해야 몸의 변화를 이끌어줄 수 있어요. 치료하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라는 방법보다는 '왜 아픈지' 본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서 첫 치료 때 평가와 인터뷰를 통해서 허리 아픈 이유 3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1.'아 이분은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허리가 편하다는 느낌을 모르겠구나. 이분의 하루는 허리가 많이 아프냐, 덜 아프냐에 따라서 결정되겠구나'(통증에 관한 과민성 두려움, 불안감, 심리적인 요소가 통증에 많이 관여하는 타입)
2.'허리가 아프지 않으려면 바른 자세를 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하루종일 등과 허리를 펴고 있겠구나. 허리를 움직인다는 건 이분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흉추-요추의 과전만을 통해 불안정감 해소, 움직임 범위의 제한)
3.'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면 낫겠다 싶어서 가벼운 걷기와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을 해도 30분만 지나면 허리가 다시 아프다고 하시네. 그래서 운동보다는 스트레칭을 더 선호하는구나.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자세로 운동을 하고 계시구나.' (허리에 부담이 가는 움직임과 정렬을 가지고 있음)
제일 먼저 허리를 움직이고 구부려도 괜찮다는 걸 알려드렸어요. 전문용어로 '점진적 노출'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환자가 두려워하는 움직임이나 패턴을 조금씩 가져가면서 괜찮다고 인식을 부여하는 겁니다. 척추관절과 디스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튼튼하기 때문에 움직이는데 통증이 있어도 손상되지 않아요. 이분은 허리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통증이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허리를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늘려갔어요.
또 이분은 요추가 항상 움직이는 분절(L4-L5-S1)만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그 분절만 요추가 꺾여 있었어요.(과전만) 그래서 그 분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대신 골반과 다리를 써서 허리를 펴는 동작과 운동을 알려드렸습니다. 체형은 움짐임의 결과물입니다. 허리 통증이 있으면 아무래도 통증이 없는 범위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우리 몸의 관절은 그에 맞춰서 변화합니니다. 그래서 체형을 바꾸고 싶으면 움직임부터 바꿔야 합니다.
치료를 주 1회씩 꾸준히 받으시다가 통증도 줄어들고 혼자서 운동을 할 수있는 레벨까지 도달 하셨고 도수치료 받을 때 운동도 해보시라고 용기를 드렸습니다. 혼자서 운동하면 허리가 또 아플것 같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였어요. 그 후 아쿠아로빅, 계단오르기, 빠르게 걷기 같은 운동을 해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자 기쁜마음으로 졸업을 하셨습니다. 근데 혼자서 운동을 하시다가 이벤트가 발생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