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보니까 자세가 많이 굽은 것 같은데? 어깨가 말린 것 같은데?
주변에서 어깨가 말려있고 자세가 굽어있다고 들은 적 있으신가요?
위 사진과 나를 비교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이런 자세를 라운드숄더(round shoulder), 말린 어깨, 둥근 어깨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런 라운드 숄더가 되는 이유는 크게 선천적, 후천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어깨관절이 불안정해서 어깨 아탈구가 많이 일어나시는 분들, 어릴 때부터 견갑대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 분들 등 선천적인 이유가 있고
- 생활습관, 직업, 취미등 반복된 동작과 자세로 인해서 어깨가 말리고 자세가 굽어지는 후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어깨가 말려있다고 해서 어깨자체가 말려있다는 말은 속히 헛된말입니다. 사람어깨 모양은 어깨관절보다 날개뼈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날개뼈가 위치해 있는 정렬에 따라서 어깨가 굽어지기도 하고 펴지기도 하지요. 이론상 정상적인 날개뼈 정렬은 등뼈 뒤-가쪽면에 위치해서 35`정도 앞쪽으로 기울어져있습니다. 즉 35`정도 말려있다는 뜻입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어깨면(scapular plane)이라고 합니다.
원래 사람의 등은 굽어있고 어깨는 말려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서 올림포스 신들의 화려한 장비를 만들어줍니다. 인간도 헤파스토스와 마찬가지로 손으로 아름다운 작품과 무한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손을 사용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손을 많이 쓰는 직업, 생활습관, 취미일수록 더 굽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대인들은 하루종일 손을 씁니다. 스마트폰 때문인데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액정을 터치하는 자세는 굽은 자세를 더욱더 가속화시킬 것이고 이때 몸을 펴는 자세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몸은 계속 굽어질 것입니다.
어깨가 말리고 등이 굽어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 첫 번째는 사람의 앞면에 붙어 있는 무수한 근육들이 단축돼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즉 목, 어깨, 가슴 쪽이 뻐근할 것이고
- 두 번째는 이 긴장된 근육이 어깨관절을 앞쪽으로 당겨버립니다. 즉 어깨관절이 앞쪽으로 밀려나갑니다. 이렇게 되면 어깨는 결국 불안정해지고 통증을 유발합니다.
- 세 번째는 이제 앞쪽근육만 강해지고 뒤쪽근육들이 약해지기 때문에 몸을 올바르게 펼 수 없습니다. 결국 바른자세를 하기가 힘드니 대신해서 척추를 뒤로 젖히면서 꺾는 동작을 합니다. 척추가 뒤로 젖혀지면 특정 척추분절만 계속 꺾입니다. 그 분절속 디스크가 눌리거나 과하게 젖혀지면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심해지면 몸이 뻣뻣해지기까지 합니다.
key point는 항중력근과 관절수용기의 회복
항중력근(antigravity muscle)
손을 쓰는 이상 인간의 중심선은 곧 앞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앞쪽근육을 계속 쓴다는 말이지요. 그러면 뒤쪽근육을 발달시키는 자세와 운동이 필요합니다. 몸을 바른 자세로 유지하는 근육은 뒤에 다 붙어있습니다. 몸이 지구의 중력에 대항한다고 해서 전문용어로 항중력근이라고도 합니다.
근육을 키우려면 움직여야 합니다. 여기서 더 치료에 필요한 근육과 내가 부족한 근육을 쓰게 하려면 그 특정근육을 사용하는 세밀한 움직임이 동반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우리 환자분들은 앞서 말한 방식으로 절대 못 움직입니다. 대부분 앞쪽 근육들이 엄청 긴장돼 있고 통증까지 있습니다. 따라서 마사지치료가 필요하고 이후 근긴장도가 낮아지고 통증이 사라졌으면 이제 뒤쪽 근육을 쓸 수 있는 정확한 움직임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움직이는 주체는 근육이 아니라 관절입니다.
관절수용기(joint recpetor)
건담 만들어보셨나요?
건담을 만들어보면 건담을 조립할 때 관절부품이 많은 건담일수록 조립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조립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처음에 관절조립이 단순하고 관절부품이 작은 모델부터 시작하지요. 초심자건담과 전문가건담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전문가용 건담은 뭐가 다를까요? 관절조립이 어렵고 관절부품이 많은 전문가용 건담은 좀 더 역동적인고 세밀한 포징이 가능합니다
만화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이 움직이려면 전문가용 건담이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하면 관절부품이 다양하고 많은 모델일수록 실제와 똑같이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움직이는 건 근육, 인대, 힘줄 같은 연부조직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관절입니다.
여기서 말린 어깨를 교정해 주는 중요핵심포인트가 관절입니다.
사람의 관절에는 관절수용기라는 수용체가 붙어있습니다. 관절이 움직이고 제위치에 있는 걸 자각해 주는 중요한 역할인데 비유하자면 우리 몸에 경고등역할을 합니다. 이 경고등은 관절이 과하게 꺾이거나 돌아가는 걸 알려주기 때문에 더 이상 꺾지 말고 돌아가지 말라고 뇌에다가 경고를 해줍니다. 그러나 보통 어깨가 말려있는 환자들은 관절수용기가 망가져 있습니다.
병원에 방문하실 정도로 신경이 쓰이고 아프신 분들은 항상 어깨가 말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깨관절을 외회전 시킨 상태로 있거나 날개뼈를 내리거나 흉추를 젖히는 습관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습관을 수시로 하게 된다면 관절수용기가 망가지기 때문에 항상 과하게 움직이려고 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말린 어깨를 펴는 게 아니라 주짓수나 유도의 암바처럼 꺾는 게 되지요. 그래서 체형이 무너진 환자들은 이 관절수용기를 회복시키면서 움직임을 티칭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절수용기가 회복된다면 평소에 어깨가 말린다거나 자세가 굽어지는 게 인지가 가능해지면서 과하게 꺾는 동작을 안 하게 됩니다. 즉 항중력근을 쓰면서 올바르게 말린 어깨와 몸을 펴는 동작들을 하는 것이지요.
뒤쪽근육(항중력근)을 잘 쓰고 경고등(관절수용기)도 잘 작동한다면 next step으로!
병원에 방문하기 전에는 평소에 내가 언제 어깨가 말리고, 자세가 굽어지는 걸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목과 어깨는 자꾸 뻣뻣해지고 통증은 있는데 매스컴, 유튜브에서 알려주는 스트레칭과 운동을 해도 효과는 없고 오히려 찌릿찌릿하면서 더 뻣뻣해지는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했습니다.
병원에 방문한 후에는 업무를 하다가도 자세가 굽어지거나 어깨가 올라가는 걸 느낄 수가 있고(관절수용기의 경고등역할) 그럴 때마다 병원에서 알려 준 내 몸에 맞는 스트레칭을 잠깐하고 이리저리 움직여주니 몸이 다시 펴지는 느낌이 나서 통증은 완벽하게 사라지지는 않지만 컨트롤은 가능합니다.
이 정도까지 단계가 올라왔다면 다음단계로 넘어갑니다. 퇴근후나 주말에 운동을 통해 이제 항중력근을 활성화시키는 게 아니라 발달시켜 주는 단계로 가야 합니다. 운동 중에 가장 만만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바로 러닝입니다. 아니면 요가나 필라테스,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도 될 수도 있고요. 병원에 오기 전에는 운동하고 나면 통증이 더 심해질 거라는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 내 몸을 새로운 환경에 던져서 적응하는 challenge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때 내 몸에 어떤 반응과 변화가 나오는지 느껴야 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이 단계를 적응해 나가야 통증을 완벽하게 해결하고 이제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혼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