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염증수치로 인한 통증으로 창원 모 병원에 입원 한 아버지, 입원한 병원은 인공관절, 각종 OS질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수술병원이었다. 말 그대로 수술공장. 일단 일주일정도 입원해서 염증수치를 낮춰보자고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빠 입장에선 지겨운 병원생활의 시작. 때맞춰 본가에 내려가서 아빠 병문안을 갔다.(아빠의 병원생활이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내 기억속의 아빠는 평생 테니스 친다고 알통이 나보다 많고 허벅지도 두꺼웠다. 그러나 아빠의 야위어진 모습과 기운 빠진 모습에 1차 눈물,,, 그리고 간병하느라 집-병원 왔다가느라 힘들어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2차 눈물,,, 엄마아빠 앞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 한바가지 흘렸다.(ㅎㅎ)
서울로 떠나기전 한번 더 병문안 가고 주치의가 염증수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내일 바로 고관절 수술하자고 했다. 나는 서울로 가지만,,, 아빠는 수술 잘 받으시고 일주일 뒤에 설날 때 다시 내려올게요하고 헤어졌다.
인공관절수술의 특징과 대략적인 치료 프로토콜을 몇가지 적어보자면
1.인공'무릎'관절 수술보다 예후가 좋다고 생각한다.
고관절 수술은 수술 직후 탈구의 위험이 크다. 그래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 하고 누워만 있어야 한다. 그 중 화장실 가기가 제일 불편하다. 다리도 계속 올려야 되고, 그러나 수술 잘됐으면 3~4일 뒤에 목발 하고 걷는것도 가능해진다.(병원 수술한 집도의마다 의견 다름) 교과서상 프로토콜은 3~4주(한달)동안은 탈구위험이 있다고 하나 재활해본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ROM하고 weight bearing하는게 더 중요하다. 고관절 탈구는 웬만해선 잘 일어나지 않는다. 나도 7년동안 무수히 많은 고관절 수술환자를 봤지만 재활하면서 탈구가 일어난 케이스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무릎인공관절 수술환자는 다르다. 수술 직후 거동은 고관절보다 편하지만 재활과정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무릎관절은 ROM관리가 많이 어렵다. 예전부터 무릎이 정말 안 좋으셨던 분들은 무릎주변 근육과 종아리, 발목주변 근육들도 상태가 영 좋지 않기 때문에 재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고관절은 상대적으로 무게를 받쳐주는 관절이기 때문에 ROM이 썩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안정성 역할이 크다) 반대로 무릎관절은 하체에서 움직임과 안정성 둘다 담당하기 때문에 재활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할게 많다. 무릎관절 수술을 했다고 해서 무릎 통증도 완벽하게 없어지는것도 아니다. 그래서 실망하는 환자분들도 많다. 아파서 인공관절 수술 했는데 움직이는건 수월한데 많이 움직이면 무릎이 탱탱 붓고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 그래서 한쪽 무릎관절 수술하신 분들은 1년뒤에 다른쪽도 무조건 하게된다. 그러면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하는데 재활하기가 쉽지않다.
2.수술하고 최대한 빨리 관절가동범위를 확보해야한다.(수술 후 2주안으로)
대한민국 수술병원 8할은 대부분 수술후에 관리를 안해준다. 아니 수술 후 재활시스템 자체가 전무하다. 그냥 허울만 번지르르하게 해놓고 아무것도 안 해주는 병원이 많다. 그래서 수술후 2~3주까지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하거나 대충 운동 한두개나 걸으세요~ 하는 병원이 많다. 그래서 최대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고관절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관절을 움직여주는게 중요하다. 이 과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회복속도도 붙고 수술한 쪽에 체중을 싣는게 가능해진다.
3. 수술한쪽 근육도 좀 풀리고 움직이는게 가능해진다면 앉는것부터 실시
누워서 움직일때 통증도 덜하고 땡김도 덜하다면 이제 앉는 자세부터 시작한다. 너무 깊숙히 앉으면 고관절 수술쪽에 무리가 갈수 있으니 처음에는 침대에 걸쳐서 앉는다. 발바닥이 땅에 닿여있으면 더욱 좋다. 앉아서 수술한쪽에 무리가 별로가지 않는다면 점차 엉덩이를 침대 안쪽으로 넣어서 앉는다. 통증없는 범위내에서 실시. 이쯤되면 이제 휠체어 타고 화장실 가는게 수월해진다.
4.앉는것도 좀 편해지면 이제 잡고 서본다
앉는게 가능해지면 이제 서는 단계다. 설 때 하이워커라는 보조도구를 사용하면 더 좋다. 안되면 목발을 잡고 일어나본다. 일어서면 수술한 고관절이 욱신욱신 할텐데 괜찮다. 고관절에 압박도 좀 가야하고 근육들도 좀 써야 한다. (날카로운 통증이라면 멈춘다)
처음에는 수술한쪽을 많이 딛지 않고 내 체중의 10%정도만 딛어본다. 점차 익숙해지면 내 체중의 20%, 30% 점차 늘려본다. 이때는 허리도 안펴도 된다. 워커나 목발에 기대도 된다. 자세보다는 수술한 고관절에 체중을 싣는 느낌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쫄면 안 됨)
5.워커나 목발을 잡고 수술한 쪽에 체중의 40~50%정도 가진다면 이제 허리를 펴본다
허리를 펴면 고관절 쪽에 또 다른 자극이 올것이다. 괜찮다. 고관절과 골반 허리는 일심동체이기 때문에 허리를 펴면 고관절도 펴진다. 이 느낌이 익숙해져야 보조도구를 때고 혼자 설 수있다. 어느정도 허리도 펴고 혼자 서는게 익숙해진다면 워커나 목발을 잡은 손을 때보고 서본다. 보조도구의 도움없이 서는것이다.
6.어떻게든 혼자 서는게 10초정도 가능해지면 워커잡고 걸어도 된다.
워커 잡고 걷기 시작하면 화장실도 혼자갈 수 있고 일상생활이 가능해 질것이다. 그러면 계속 걷는 연습을 하고 워커가 익숙해지면 지팡이를 집거나 등산스틱을 이용해서 걷는 연습을 시작한다. 그래야 집에가서 혼자 다닐수 있다. 워커 이용해서 집에 가면,,, 힘들다. 지팡이 집고 걷는게 참 어렵다. 절뚝절뚝 거리기도 하고 욱신욱신 하기도 하고,,,
7.혼자서 절뚝절뚝 걷는게 가능해진다면 이제 걷기보다는 서는걸 많이 해야한다.
절뚝절뚝 걷는다는건 수술한 고관절에 체중이 완벽하게 실리지 않아서 그렇다. 그러면 걷는것보다 서는걸 많이 해야한다. 혼자 섰을때 수술한쪽에 체중의 80%는 가야 절뚝이는게 많이 줄어든다. 서서 수술한쪽에 체중을 많이 싣는게 중요하다.
8.이 모든과정이 수술 후 4주내에 실시되어야 한다.
수술이 완벽하게 잘 되면 2~3주뒤에 실밥을 푼다. 실밥을 풀면 이제 게임 끝이다. 실밥 풀기전에 고관절의 가동범위를 확보하는게 좋고 실밥 풀고 나면 수술한 쪽에 무게를 싣는 연습을 하는게 좋다. 그래서 보통 환자분들은 수술하고 1주뒤에 재활병원에 오시고 수술 4주차쯤에 퇴원하신다. 실밥 풀기전에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실밥 풀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러나 중요한건 재활 할 때 치료사들은 그저 조언과 방법만 알려드릴 뿐이지 낫는건 환자의 몫이다. 내 몸상태에 맞춰서 운동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재활병원에 가는거다.
9.수술만 하는 병원과 재활병원의 차이점
수술만 하는 병원들은 환자의 '수술'을 중점적으로 둘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 수술이 잘 됐냐 못 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병원 시설도 그렇고 시스템도 그렇고 수술에 맞출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실제로 아빠가 수술 후에 2주동안 계속 누워만 있었다. 왜냐...주치의와 간호사가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했기 때문. 2주동안 움직이지 못 하는 아빠도 고생이지만 엄마가 제일 고생이었다. 곁에서 아빠가 움직이면 안 된다는 의사샘말에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감시도 해야 하고 아빠 아픈것도 챙겨야하고,,,결국 아빠 꼬리뼈와 뒤꿈치에 욕창이 생겼다.(1~2단계정도)
'수술'에 초점을 맞추면 2주동안 안 움직이는게 맞다. 그러나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 후 회복되는 과정과 care하는 방법을 알려주는게 필요한데 그런 시스템과 프로토콜이 전혀 없었다. 간호팀도 그렇고 진료팀도 그렇고... 적어도 2시간마다 옆으로 돌아누우세요 라는 한마디만 했었어도,,,(재활병원에서 환자에게 욕창이 생기면,,, 간호팀과 진료팀 뒤집어진다.)
환자와 보호자는 수술 후 회복과정과 재활 및 치료과정을 아무것도 모른다. 수술병원은 이런걸 설명하고 안내해주는게 없다... 그저 상담팀장이나 원무팀장이 근처 재활병원 소개해주는걸로 끝난다.
재활병원은 수술보다는 환자의 '재활'에 초첨을 둔다. 그래서 병원 시스템도 환자 재활에 초첨이 맞춰있다. 병동이 제일 차이가 큰 것 같다. 간호사샘들이 환자 몸상태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주치의 오전회진 돌때도 하루동안 불편했던 점이나 보호자 요구사항, 환자 몸상태 브리핑도 해준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거 하나. 환자들이 운동하기 좋게 시설을 만들어놨다. 실내에서 많이 걸을 수 있게 복도를 넓고 길게 빼놨던가, 재활치료를 받는 곳이 넓거나, 어떻게든 운동을 할 수있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자전거나 운동기구들도 있고, 환자들이 밥 먹기 전후로 어떻게든 운동으로 시간을 보낼수 있게 해놨다. 그게 제일 큰 차이점이다. 수술병원에선 그냥 병동에 누워만 있다. 누워만 있으니 근육이 다 빠지게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활동범위도 줄어들고,,, 식사량도 줄게되고,,, 사람은 움직여야 된다. 아플수록 더 움직여야 한다.
10. 제일 마음 편한 건 수술 1~2주 뒤 재활병원 전원이 최고
재활병원에서 계단까지 마스터 하고 퇴원해서 바로 가벼운 뒷산정도 걸을 수 있도록 몸상태를 만들고 오면 제일 좋습니다.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최곱니다.